[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뉴욕증시가 이틀째 내림세를 탔다. 기대 이상의 취업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날 폭락의 여파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나스닥종합지수는 장중 한때 5% 넘게 떨어지는 등 크게 출렁였다.
기술주 부진 속 은행주·여행주 강세…"주도주 바뀔 수도"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59.42포인트(0.56%) 내린 2만8133.31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28.10포인트(0.81%) 하락한 3426.96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44.97포인트(1.27%) 떨어진 1만1313.13에 마감했다. 3대 지수 모두 장중 상승과 급락, 반등을 거듭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경험했다.
전날 폭락했던 테슬라는 약 3% 올랐고, 애플은 0.1%의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아마존과 페이스북, 넷플릭스,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등은 모두 하락했다.
반면 은행주와 여행주는 강세였다. 대형 은행 JP모간체이스와 씨티그룹은 약 2%씩 올랐고 크루즈업체 카니발은 5% 넘게 뛰었다.
스파르탄캐피탈증권의 피터 카르딜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오랫동안 기술주를 대체할 주도주들이 없었다"며 "드디어 새롭게 시장을 이끌 주도주들이 출현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고평가된 기술주에서 경기순환주 등으로 매수세가 옮겨갈 수 있다는 뜻이다.
주간 전체로 다우지수는 1.8%, S&P 500 지수는 2.3%, 나스닥지수는 3.3%씩 각각 내렸다. 전날 폭락의 영향이 컸다.
뉴욕증시는 다음주 월요일(7일) 노동절(Labor Day)을 맞아 휴장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美실업률 10% 아래로 뚝…트럼프 "와우! 생각보다 빨라"
미국의 비농업 분야 취업자 수는 한달새 137만명 급증했다. 올 봄 코로나19(COVID-19) 사태의 충격으로 급감했던 취업자 수가 일부 회복되면서 실업률은 10% 아래로 떨어졌다.
이날 미 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의 8월 고용보고서를 공개했다. 미국의 비농업 취업자 수 증가폭은 전월의 173만명보단 적지만, 당초 시장이 예상한 120만명(마켓워치 집계)은 웃돌았다.
미국에선 지난 4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봉쇄가 본격화되면서 4월 한달에만 약 20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미국에서 앞서 약 10년 동안 창출된 일자리가 불과 한달 만에 증발한 셈이다. 그러나 이후 경제활동이 일부 재개되면서 5월과 6월에 각각 272만개, 479만개씩 일자리가 회복됐다.
취업자 수가 크게 늘면서 미국의 실업률은 전월 10.2%에서 8.4%로 낮아졌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훌륭한 일자리 수치다! 8월에 일자리 137만개가 추가됐다며 "실업률은 8.4%로 떨어졌다. (와우, 예상보다 훨씬 낫다!)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10%를 더 빠르고 깊게 깨뜨렸다"고 환호했다.
코로나19 관련 봉쇄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2월 미국의 실업률은 3.5로 약 50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후 두달 동안 대규모 실업자가 쏟아지면서 4월엔 실업률이 14.7%까지 치솟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최대치였던 1958년 2월의 10.2%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한편 전날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8월 23일∼29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88만1000건으로 집계됐다.
전주(101만건)보다 약 13만건 줄어든 것이지만, 그렇게 단순 비교할 순 없다. 노동부가 이번주부터 실업수당 청구 건수에 대한 통계 작성 방식을 바꿨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계절에 따른 착시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업수당 청구 건수를 발표할 때 계절 조정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한 상황을 맞아 기존 방식으로 발표할 경우 통계 왜곡이 오히려 더 심해진다고 판단, 이번에 계절 조정 방식을 바꿨다고 노동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기존 발표치를 같은 기준으로 수정하진 않았다.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봉쇄가 본격화된 직후인 지난 3월말 687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약 4개월 간 감소세를 이어갔다. 그러다 7월 이후 코로나19 재확산세와 함께 증가와 감소, 정체를 반복해왔다.
미국에서 최근과 같은 대규모 실업은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지난 2월까지 미국의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0만건대에 불과했다.
종전까지 최대 기록은 제2차 오일쇼크 때인 1982년 10월 당시 69만5000명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최대 66만5000명(2009년 3월)에 그쳤다.
美 추가 부양책 지연 우려에 WTI 4%↓
국제유가도 내림세를 이어갔다. 고용 호조로 미국의 추가 경기부양책 처리가 더욱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10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1.60달러(3.8%) 떨어진 39.7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11월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저녁 8시51분 현재 전날보다 1.62달러(3.7%) 하락한 42.45달러에 거래 중이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실업률이 크게 개선되면서 행정부와 의회 입장에선 코로나19 사태 관련 추가 경기부양책을 시급히 처리할 이유가 줄었다"고 지적했다.
달러화는 강세였다.이날 오후 3시58분 현재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0.03% 오른 92.77을 기록 중이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금값은 사흘째 내렸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3.50달러(0.2%) 하락한 1934.30달러에 마감했다. 통상 달러화로 거래되는 금값은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뉴욕=이상배 특파원 ppark14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