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뉴욕증시가 이틀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미국과 중국 정부가 서로 상대국 총영사관에 대한 폐쇄 조치를 단행하며 정면충돌로 치달으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작동했다.
MAGA 등 기술주 약세…나스닥 2주 연속 하락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82.44포인트(0.68%) 내린 2만6469.89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20.03포인트(0.62%) 밀린 3215.63을 기록했다. 다우지수와 S&P 500 지수 모두 4주 만에 주간 기준 하락세로 돌아섰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98.24포인트(0.94%) 떨어진 1만363.18로 마감했다. 2주 연속 내림세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지적재산권 문제와 관련된 대형 기술주들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이른바 MAGA로 불리는 4대 기술주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알파벳(구글 모기업) △아마존 중에선 아마존만 상승했다.
인텔은 차세대 반도체 출시 지연과 3/4분기 실적 전망에 대한 실망감에 16% 넘게 급락했다. 테슬라도 6% 이상 떨어졌다.
알리안츠투자운용의 조핸 그랜 ETF(상장지수펀드) 전략본부장은 "우리는 높은 변동성이 일상화된 상태에서 살고 있다"며 "이런 높은 변동성과 불확실성은 금방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왕이 중국 외교부장 /뉴스1
미·중 상대국 영사관 폐쇄 맞불
이날 중국 정부는 지난 21일 미 행정부가 휴스턴 소재 중국 총영사관을 72시간 이내에 폐쇄하라고 요구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로 청두 소재 미국 총영사관의 폐쇄를 통보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전날 연설에서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은) 간첩 행위와 지식재산권 절취의 거점"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화해의 제스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내놨지만 장세에 큰 영향을 주진 못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의 화상회담에서 "중국은 미국과 비갈등, 비대립, 상호 존중, 윈윈 관계를 달성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왕 부장은 "현재 미중 관계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건 전적으로 미국 때문"이라며 미중 갈등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어 "양심이나 독립정신이 있는 국가라면 중국에 맞서 미국의 편을 들지 않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미중 충돌에 '안전자산' 금값 사상최고치
미중 갈등 격화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날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8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7.50달러(0.4%) 오른 1897.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금 가격은 6일 연속 랠리를 이어가며 2011년 이후 9년 만에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 총영사관에 폐쇄 조치를 내리며 극한 갈등을 벌이는 것이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유가도 올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9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2센트(0.5%) 오른 41.2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9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는 밤 9시5분 현재 전날과 같은 배럴당 43.31달러에 거래 중이다.
미 달러화는 약세를 이어갔다. 이날 오후 4시6분 현재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0.3% 내린 94.40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뉴욕=이상배 특파원 ppark14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