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조 순매도에도 가치주는 사들이는 외국인, 왜

2020-09-09 17:50:44 HomilyChart Korea

이달에만 1조 순매도…성장주 팔고 가치주로
“단기 변동성 대비해 가치주로 대응해야”
올해만 28조원 팔아…시총 비중 30%대↓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한달 사이 이익 개선 업종을 중심으로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달에만 1조원을 넘게 팔아치웠다. 다만 일부 가치주를 사들이는 모습이어서, 증시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진 데에 따른 시장 변동성 대비에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성장주 강세가 이어지겠으나 지난달부터 외국인의 차별적인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가치주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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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한달 사이(8월3일~9월8일) 코스피 시장에서 3조8740억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지난 8월 31일은 코스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조정으로 인해 하루에만 1조6362억원을 팔아치웠다. 2000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 일일 순매도 기록이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현대차(005380)(-7626억원), LG화학(051910)(-6487억원) SK하이닉스(000660)(-6367억원), 삼성전자(005930)(-5638억원) 등 IT, 자동차, 화학 종목이 주를 이룬다. 카카오(035720)(-4188억원) 네이버(035420)(-1665억원) 엔씨소프트(036570)(-1408억원) 등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혜주로 부각된 대형 IT·게임 종목이 포함됐다. 전반적으로 최근 2분기 기업 실적이 기대치보다 양호했으며, 하반기에도 이익 증가가 예상되는 기업들이란 점에서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연초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만 총 27조5611억원을 팔아치웠다. 전체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지분율도 하락하고 있다. 연초 35%대까지 올라갔지만 점진적으로 하락해 지난 7일 올해 최저치 수준인 30.58%까지 떨어졌다. 2016년 8월 17일 30.54%를 기록한 이후 4년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같은 기간 42조7316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강한 매도 우위였으나 신풍제약(019170)(3444억원) 알테오젠(196170)(2361억원) LG전자(066570)(1526억원) 등은 사들였다. MSCI 한국지수에 신규 편입이 결정된 신풍제약이나 알테오젠을 제외하면 SK텔레콤(017670)(1810억원) KB금융(105560)(1594억원) 롯데케미칼(011170)(1043억원) 등 가치주 성향이 강한 종목들이 상위에 올랐다. 이들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이란 공통점도 있다.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 가치(청산가치)에 미치지 못할 만큼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라는 의미다.

일각에선 이 같은 흐름을 변동성 대비 차원으로 해석한다. 가치주와 성장주 간의 주가수익비율(PER), PBR 차이가 최근 10년 내 최고 수준으로 벌어지는 등 성장주의 과도한 쏠림이 이어졌으나 가치주를 돌아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성장주 중심 상승세가 이어지더라도 외국인 수급이 기존 성장주에 강한 매도세를 보이는 등 펀더멘털, 밸류에이션, 수급 측면에서 봤을 때 단기적으로 성장주 대비 주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가치주로 시장 대응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김윤지 (jay3@edaily.co.kr)